나는 매일 유튜브를 시청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거의 습관처럼 손이 저절로 유튜브 아이콘을 클릭한다. 시청하는 영상들은 다양하다. 내가 요새 관심이 있는 볼링이나 당구, 아니면 평소 즐겨 하는 게임 영상이나 애니메이션 소개 영상 등 말이다. 또한 많은 시간을 ‘유튜브 shorts’에 허비하곤 하는데 ‘유튜브shorts’란 요새 트렌드나 흥미로운 영상들을 사용자의 알고리즘에 맞춰 제공하는 것으로 거의 이 동영상들은 모두 1분 미만이다. 사용자는 이를 스크롤 하면서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고 제공되는 영상 또한 다양해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애용하고 있다.
내가 유튜브란 장르에 의문을 품은 것도 이 ‘유튜브shorts’덕분이라 말할 수 있다. 평소대로 ‘유튜브shorts’를 켜서 엄지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던 중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나온 것이다. 그는 말했다. “책은 물과 같고, 영화는 술과 같습니다. 책은 좋은 의미에서 우리의 몸을 차갑게 해주고,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우리를 뜨겁게 해줍니다. 하지만 이성은 기본적으로 차가운 것입니다. 교양으로써 영화는 책을 절대 따라잡지 못할 것입니다.” 난 이동진의 말을 곰곰이 곱씹고 되뇌어서 생각을 해봤다. 책은 물과 같고, 영화는 술과 같은데 그럼 유튜브는? 유튜브는 뭐와 같으며 교양으로서 위치는 어디일까? 라고 말이다.
난 평론가 이동진의 말에 덧붙여서 하나의 정의를 추가하겠다. “유튜브는 담배와 같다.”라고 말이다. 유튜브는 때때로 우리를 뜨겁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차갑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일단 영화를 보면 우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1차원적으로 해석해보자. 가슴 아픈 영화를 보아서 눈물이 흐르거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보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개념을 유튜브에 대입할 때 영화라는 단어를 영상으로 바꾸어 해석하여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가슴 아픈 영상을 보아서 눈물이 흐르거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상을 보니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와 동일하게 책을 읽으면 우리가 차가워진다는 것을 해석해보면 ‘의학에 관련된 책, 영상을 보니 흥미롭군, 등 학문에 관한 책, 영상이나 인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 영상을 보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왜 내가 유튜브를 담배에 비유했는지 의문점이 들 것이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습관’ 때문이다. 나는 매일 매일 담배를 태우고 유튜브를 시청한다. 심지어는 이 둘을 같이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나의 손은 쉬는 시간이 없이 매일 바쁘다. 술은 중독이 되는 것이고 담배는 습관이 되는 것이라 한다. 한번 습관이 된 것은 그것을 끊기 매우 어렵다. 어쩌면 내가 이 둘을 끊지 못하는 것은 특정 시간이 되면 유튜브를 보거나 담배를 태우게 습관이란 훈련을 받은 것이 아닐까.
두 번째 이유는 ‘생각’에 관련한 것이다. 나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할 때, 삶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담배를 태우곤 했다. 유튜브를 통해서는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거나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사람들을 모색해보곤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방대한 자료들이 나열되다 보니 이런 정보가 믿을수 있는 것인지, 또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내 삶에 적용했을 때 과연 결과가 똑같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바로 이런 점을 예방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시청할 때 일정한 필터링이 필요하다. 담배에도 맛이 더 좋아지게 하는 필터가 존재하듯이, 우리가 유튜브를 시청할 때도 우리를 좋은 의미로 차갑게, 뜨겁게 만들어 줄 만한 영상과 나쁜 의미로 차갑게, 뜨겁게 만들어 줄 영상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의 과정에서 나는 유튜브가 교양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책보다는 아래 자리 잡고 있지만, 많은 속성을 보유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영화의 위에 위치할 수 있으며 동시에 아래에 위치할 수도 있다.
지성의 총 집합체인 책은 넘을 수 없는 벽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종종 책을 소개해주는 유튜브 채널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을 본다고 해도 책의 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솔직히 힘들다. 그런데 영화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사실 영화도 교양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들은 충분하다. 하지만 정말 엄선되고, 전문적이고, 신뢰가 넘치는 유튜버가 삶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다면 충분히 교양으로써 영화의 위에 위치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공자와 순자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서 논의한다는 것 이다.
“이성은 기본적으로 차가운 것입니다.” 어쩌면 이 말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수많은 지식과 세상의 진정한 면모를 이해하고 사고하고 풀어내기 위해서 이성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당장 나쁜 의미로 우리를 차갑게, 뜨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너무나 많다. 유튜브 뿐만 아니라 각종 SNS와 가짜뉴스,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말이다. 물론 정보사회의 세상에 노출된 우리가 이 모든 것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어떤 것이 옳은 정보이며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조금이라도 구분하고 생각하며 우리의 이성을 좋은 의미로 차갑게 유지하는 걸 원할 뿐이다.